
며칠 전, 새로운 초보 라이더를 안내하던 중 평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장면이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다. 말 옆에서 안장을 올리기 전, 그 짧은 호흡을 맞추는 순간 말의 귀가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그 작은 동작에 따라 라이더의 손동작이 조금씩 안정되기도 흔들리기도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예전엔 그저 ‘준비 과정’ 정도로만 여기던 부분이었지만, 경험을 쌓을수록 이 시간이 전체 라이딩의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걸 알게 됐다.
승마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말의 움직임보다 사람의 긴장감이 더 큰 변수라고 느꼈다. 특히 초보자들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만 신경 쓰느라 말과의 호흡을 놓치기 쉽다. 그때 다른 트레이너가 조용히 말하던 한마디가 아직도 생각난다. “말이 널 먼저 읽어.”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지나치게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 이후로는 라이딩에 들어가기 전에 스스로 호흡을 한 번 고르고, 말의 표정을 읽고, 그날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루틴이 됐다.
최근에는 라이딩 수업 틈틈이 마구 손질을 함께 하며 장비의 작은 변화를 설명해 주는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편자 하나 바꾸는 일도 말의 보폭이나 균형에 영향을 주고, 안장의 패드 두께만 바뀌어도 라이더의 중심이 달라진다. 이런 ‘사소한 변화’가 실제 주행에서 얼마나 큰 체감 차이를 만드는지 직접 이야기해주면, 초보자들도 금방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 표정을 보는 게 좋다. 단순히 승마 기술을 배우는 것에서 벗어나, 말과 장비, 환경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지인이 “왜 그렇게 말의 컨디션을 자주 체크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설명하자면 길어질 것 같아 웃고 말았지만, 사실 그건 오랜 관찰에서 얻은 습관이다. 말은 말을 하지 못하니까, 작은 움직임과 호흡으로 하루의 상태를 알려준다. 귀가 뒤로 살짝 젖는지, 발굽을 디딜 때 미묘하게 무게가 달라지는지, 고삐를 잡아당길 때 반응이 예전과 같은지—이런 것들을 놓치지 않는 게 안전한 라이딩의 출발점이다.
내가 승마하우스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 깨달은 건, ‘라이딩의 힐링’이라는 말이 단순히 멋진 풍경이나 여유로운 속도감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말과 호흡을 맞추기까지의 과정, 장비의 질감과 무게를 손끝으로 느끼는 순간, 말이 긴장을 풀며 첫 걸음을 내딛는 그 찰나에도 힐링의 요소가 담겨 있다. 특히 조용한 평지 코스를 함께 걸을 때는 말의 호흡과 내 호흡이 묘하게 섞여 들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마구 문화에 대한 흥미도 자연스럽게 깊어졌다. 장비를 관리하고 오래된 가죽을 손질하는 시간은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간 듯 고요하다. 어떤 안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 맞아지고, 어떤 고삐는 손에 익은 만큼 말도 편안해한다. 이 둘 사이의 밸런스를 찾는 일은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파트너십을 쌓는 과정에 가깝다.
박태림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라이더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승마라는 활동이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온다는 걸 매일 느낀다. 누군가는 속도감이 좋아서, 누군가는 말의 눈빛에 마음이 끌려서, 또 누군가는 소란스러운 생활 리듬을 잠시 내려놓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목적은 달라도, 결국 말과 사람의 관계가 편안해지는 과정에서 힐링이 시작된다는 점은 모두에게 공통적이다.
앞으로도 이 공간에서 경험하게 되는 작은 변화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계속 기록해볼 생각이다. 승마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의 흐름을 정리해주는 하나의 리듬이 될 수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느껴봤으면 한다.
/박태림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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